본문 바로가기
정치이슈

채상병 특검 관련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증언 (법사위 청문회)

by _이슈_ 2024. 6. 21.

issue.itssu.kr

채상병 특검 관련 법사위 청문회에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채수근 상병의 순직 사고와 수사 외압과 관련하여 겪은 혼란과 억울함을 고백하는 증언 내용입니다.


고 채상병의 할아버지가 박정훈 대령에게 한 말 " 힘 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 없는 놈들만 처벌 받더라."

 

박정훈 대령 증언 영상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입니다.

 

오늘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너희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 책임 있는 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이 말은 제가 최순근 시신 앞에서 다짐하고 약속한 말입니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다음달이면 채상병이 사망한지 벌써 1년이 됩니다. 사건의 실체와 진실은 규명되지 않고 있고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지만 합니다.

 

최근 채수근 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가 내 아들을 구명조끼 없이 물에 들어게 하였는가, 누가 그 세찬 물살에 장화를 신게 하였는가"

 

편지 속 어머니의 질문은 작년 7월 28일 제가 남원에서 유가 대상 수사 결과를 설명하였을 때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1년이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어머니는 똑같은 질문을 하고 계시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현실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 7월 19일 한 해병 병사가 순직하였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채수근 병입니다.

 

사고 발생 즉시 저는 해병대 수사단 소속 수사관들과 함께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혼신을 다해 수사를 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하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수사단에서는

수사 결과를 해군수사단 및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고하고

관련 사건 기록 일체를 관할 경북 경찰청으로 넘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병대 사령관은 1사단장 보직 교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앞서 저에게 수사 결과를 직접 총장 및 장관께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7월 30일 16시 30분경. 장관 보고 시, 제가 먼저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당시 배석하였던 모든 인원들이 밖으로 나간 후 약 15분간 사령관이 장관을 독대하면서 사단장 후속 인사 등에 대하여 보고하였습니다.

 

보고는 순조롭게 마쳤고 이제 절차대로 언론 브리핑 사건 서류 이첩만 하면 되었습니다.

 

의문의 사건 이첩 보류

 

 

하지만 7월 31일 12시경 장관 보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유재은)이 저에게 전화하여 "사건 인계서를 보내라, 죄명,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마라"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였습니다.

 

사령관 역시 혼란스러워 하였습니다. 그런 사이 같은 날 17시경 사령관이 저를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제가 사령관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국방부가 왜 그러는 것입니까?"

 

사령관은 저에게 "오늘 오전 11시경 대통령이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국방 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 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하여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령관에게 "대통령께서 잘못 보고 받으신 것 같습니다. '왜 사단장을 처벌하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맞는데 왜가 빠진 것 같습니다. 제가 국방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하였을 때 예견되는 문제점을 정리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중앙수사대장, 1광역수사대장, 수사지도관 등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과거 사이버 댓글 사건 수사 외압 관련 국방부 장관, 조사 본부장이 구속된 사례를 회상하면서 수사 서류를 변경할 수 없는 이유를 정리하였습니다.

 

언론에서 이미 공개된 고 상별 채수근 익사 사건의 관계자 변경 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라는 문건입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동 문건을 보고하면서 상급부대인 국방부 조사 본부에서 재검토할 것을 건의 드렸습니다.

 

사령관도 동의하였고 그렇게 일은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법무 관리관은 저와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하면서 "혐의자, 혐의 내용 등을 빼라, 혐의자를 직접적 과실 있는 자로 한정하라"는 등의 말을 하였습니다.

 

이제 와서는 법무관리관은 단순히 의견 제시를 하였다고 하지만, 단순한 의견 제시라면 왜 이틀에 걸쳐 5회씩이나 통화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십니까"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국방부의 수사 외압은 사령관에게도 가해졌습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이 차관과 군사보좌관, 법무관리관이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형사처벌, 지위 책임자는 징계로 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 7월 30일 장관 결제는 중간 결제로 하고, 장관 귀국 시 재보고 하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는 것이냐'라는 등 전화와 문자를 하였습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수사서류 축소, 왜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직권 남용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계획된 대로 경찰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 드렸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사령관은 수사 서류를 변경하라고 하자니 직권 남용이 되고, 그렇다고 국방부 지시를 거부하자 항명이 될 것 같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군사법정에서 사령관은 7월 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세 차례 이첩 보류 명령을 하였으나, 제가 이를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도대체 군에서 상관이 동일한 명령을 새 차례 내린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백보 양보하여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내렸고, 제가 순응하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저를 직무 배제하든지 적절한 지휘 조치를 하여야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고, 8월 2일 10시경 저는 사령관 집무실로 가서 최종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이첩하겠다고 보고하였고, 같은 날 10시 30분에 경북 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하여, 이후 언론 보도와 같이 저는 보직 해임되었고, 집단 항명 수괴 구속영장 청구 등을 거쳐 현재 기소되어 군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수사서류 이첩, 보직해임, 이첩 서류 국방부 회수
수사서류 이첩, 보직해임, 이첩 서류 국방부 회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km 떨어진 독립 수경지 사무실에 격리되어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로부터 배제되고, 부하들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차단된 상태입니다. 한 개인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그것도 최고 권력을 상대로 이렇게 버틴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매일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제가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 멀리 백령도에서 김포, 포항 및 제주도까지 전후방 각지에서 자신보다 해병대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해병대 전후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본의 아니게 해병대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사랑하고 청춘을 보는 해병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감히 국민 여러분께 청원합니다.

 

제가 아는 대한민국 해병대 대다수 지휘관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하을 살피고 솔선수범하며 책임을 다하는 충성스러운 해병들입니다.

 

부디 정의로운 해병대가 제자리를 찾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사의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80평생을 살아보니 힘 있는 놈들 다 빠져나가고 힘 없는 놈들만 처벌 받더라."

 

이 말씀은 수근이 할아버지가 수사 결과 설명을 하던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마치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처럼.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법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합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힘이 있든 힘이 없든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아버지에게 이런 약속을 드렸습니다. 비록 제가 수사 종결권을 없지만 제 손을 떠나기 전까지 오늘 설명드린 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도 하나밖에 없는 장 손자를 잃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입니다. 모든 국민은 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되고 책임 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2의 수근이 같은 억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 사회에 진실을 밝히고 정의는 살아 있음이 증명되고 도와주세요.

저의 말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법사위 청문회 증언이었습니다.

 

https://youtu.be/jjdetJYr158